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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타임스 서평] AI 시대에 다시 읽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알렉시스 카렐의 문제작

Maintimes 2026. 4. 30. 14:20

알렉시스 카렐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1935년 나온 고전이지만, AI 시대일수록 더 날카롭게 읽히는 책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과학자가 던진 인간 이해의 통찰, 문명 비판, 그리고 우생학 논란까지 쉽고 흥미롭게 정리했다.

AI 시대에 왜 갑자기 이 책이 다시 소환될까

요즘 이상하게 이런 질문이 자주 떠오릅니다. 기술은 점점 똑똑해지는데, 사람은 정말 더 나아지고 있는 걸까. 정보는 넘치는데, 왜 우리는 인간을 더 잘 이해하게 된 느낌보다는 오히려 더 헷갈리는 느낌을 받을까.

바로 이런 순간에 다시 꺼내 들게 되는 책이 알렉시스 카렐의 인간이란 무엇인가입니다. 이 책은 1935년에 나온 책이고, 저자 알렉시스 카렐은 19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외과의이자 생리학자였습니다. 오래된 고전인데도 지금 다시 읽히는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놀랍게도 이 책이 지금 시대의 불안과 꽤 정확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 서평과 책 소개 글들에서도 이 책을 두고 문명이 인간을 약화시킨다는 역설, 몸과 정신을 함께 봐야 한다는 통찰, 효율이 인간성을 밀어내는 시대에 다시 읽어야 할 고전이라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그만큼 지금 이 책은 그냥 옛날 책이 아니라, AI 시대 인간 이해를 다시 묻게 만드는 책으로 소비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문명은 발전했는데 왜 인간은 더 힘들어졌을까

이 책이 던지는 가장 강력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문명이 발전한 것이 정말 인간의 발전을 뜻하느냐는 것입니다.

듣고 보면 너무 당연한 말 같지만, 막상 우리는 이 둘을 거의 같은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기술이 좋아지면 삶도 좋아지고, 시스템이 정교해지면 인간도 더 나아질 거라고 믿어온 거죠. 그런데 카렐은 여기서 멈춰 서서 묻습니다. 정말 그럴까. 기계와 제도는 발전했는데, 정작 인간은 더 지치고 더 조각나고 더 불안해진 건 아닐까.

이 대목이 지금 유독 크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습니다. AI는 점점 더 많은 일을 대신하고, 데이터는 점점 더 정교하게 사람을 분석하지만, 정작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설명하는 데 더 어려움을 느끼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철학책 속 문장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현실적인 질문처럼 들립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그렇게 보면 인간을 놓친다

이 책의 핵심은 인간을 전체로 보라는 데 있습니다. 몸은 의사가 보고, 마음은 심리학자가 보고, 행동은 사회학자가 보고, 학습은 교육학자가 보고, 뇌는 뇌과학자가 보는 식으로 인간을 쪼개놓으면 각 분야의 설명은 정교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할수록 인간 전체는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카렐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듭니다. 인간은 몸과 정신, 감정과 생활 습관, 사회적 환경이 서로 얽혀 있는 존재이지, 따로따로 분리해서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 한국어권 서평에서도 이 책의 매력을 바로 이 부분에서 많이 짚습니다. 인간을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로만 보지 않고, 몸과 정신, 감정과 사회적 삶이 연결된 하나의 복합적 체계로 본다는 점 말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지금은 뭐든 빠르게 측정하고 점수화하고 수치로 보여주려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원래 숫자로 다 설명되지 않습니다. 체온과 혈압은 재도, 불안의 밀도나 상처의 깊이는 그렇게 쉽게 수치가 되지 않죠. 카렐은 바로 그 수치 바깥의 인간까지 함께 보라고 말합니다.

AI 시대에 더 중요해진 것은 평균이 아니라 개인

여기서 이 책이 갑자기 지금 책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AI는 평균값에 아주 강합니다. 모범 답안, 표준화된 설명, 효율적인 정리, 일반적인 조언을 놀라울 정도로 잘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개인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같은 병명을 가져도 어떤 사람은 유난히 더 아프고, 같은 말을 들어도 어떤 사람은 훨씬 더 상처받고, 같은 환경에 있어도 어떤 사람은 버티고 어떤 사람은 무너집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차이를 보라고 말합니다. 인간 일반과 실제 개인은 다르다는 것이죠.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AI 시대가 될수록 인간이란 무엇인가 같은 책이 다시 힘을 얻습니다. 인간을 평균으로만 보면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인간다움이라는 말도 결국은 거창한 추상이 아니라, 각자의 맥락과 기질과 경험이 끝까지 다르다는 사실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최근 AI 시대에 고전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논의도 결국 이 지점으로 모입니다. 기술은 빨라지지만, 인간의 본질과 판단 기준은 여전히 별도의 질문으로 남는다는 것입니다.

 

와, 좋은 책이네 하고 끝내면 안 되는 이유

그런데 여기서 꼭 멈춰야 합니다. 이 책은 통찰이 강한 만큼 위험한 책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알렉시스 카렐은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능력의 차이를 위계와 선별의 논리로 끌고 갑니다. 그의 책 Man, the Unknown는 종교적이고 사회적인 견해를 담고 있었고, 그는 1941년 프랑스에서 인간 문제를 연구하는 재단의 책임자를 맡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카렐은 뛰어난 과학자이면서도 우생학과 권위주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물로 남아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이런 뜻입니다. 이 책은 인간을 깊이 있게 보게 만드는 책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다시 줄 세우고 분류하려는 위험한 생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감탄만 하며 읽으면 안 됩니다. 통찰은 통찰대로 받아들이되, 그 통찰이 어디서 위험한 방향으로 미끄러지는지도 같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다

정리해보면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그냥 어려운 철학 고전도 아니고, 단순한 의학 교양서도 아닙니다. 이 책은 인간을 몸과 마음, 환경과 사회를 함께 가진 존재로 보라고 말하면서, 기술 중심 시대가 놓치고 있는 인간 전체를 다시 보게 만듭니다. 동시에 너무 쉽게 인간을 우열로 나누려는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책은 AI 시대 추천 도서라는 말이 어울립니다. 왜냐하면 AI가 더 똑똑해질수록, 오히려 인간에 대한 질문은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더 잘 흉내 내는 기술이 나올수록, 진짜 사람다움이 뭔지는 더 선명해지는 게 아니라 더 복잡해집니다. 그때 이런 고전은 정답을 주기보다 질문의 깊이를 키워줍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책입니다. 읽고 나면 뭔가 개운하게 끝나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머리가 조금 복잡해지는 책. 그런데 바로 그 복잡함 때문에 오래 남는 책. 요즘처럼 인간보다 시스템이 더 정교해 보이는 시대에는, 이런 불편한 고전이 오히려 더 재미있습니다.

지금 다시 인간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결국 이 책이 오늘 다시 읽히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이해하는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명은 발전할 수 있고, 도구는 정교해질 수 있고, AI는 점점 더 똑똑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만큼은 여전히 쉽게 닫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렉시스 카렐의 인간이란 무엇인가는 오래된 책인데도 지금 책처럼 느껴집니다. 다만 무조건 믿어야 할 책이 아니라, 날카롭게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인간을 전체로 보라는 통찰은 오늘도 유효하지만, 인간을 서열화하려는 위험한 결론까지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책은 지금 읽을수록 더 흥미롭습니다. 오래된 책인데 낡지 않았고, 좋은 책인데 마냥 안전하지 않으며, 고전인데도 지금 우리의 삶을 정확히 건드립니다. 인간 이해, AI 시대, 고전 추천, 책 리뷰라는 말이 한꺼번에 자연스럽게 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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